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대한항공

입력 2016-12-27 17:45  

현장에서

정지은 산업부 기자 jeong@hankyung.com



[ 정지은 기자 ] 국내 한 중소기업 대표 아들 임모씨(34)가 만취 상태로 기내에서 난동을 부린 지 1주일 만인 27일 대한항공이 기내 난동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대책은 크게 네 가지다. 우선 기내에서 난폭 행동을 한 승객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해 탑승을 거절하기로 했다. 임씨는 첫 번째 탑승 거절 대상이 됐다.

대한항공은 또 완력을 행사하는 승객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남성 승무원 채용을 늘리기로 했다. 현재 대한항공 남성 승무원은 전체 승무원의 10%인 700여명이다. 테이저건(전기충격기) 사용 조건을 완화하고 새로운 대응 장비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승무원을 대상으로 한 항공보안훈련도 강화하기로 했다.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은 이날 서울 공항동 객실훈련센터에서 간담회를 열고 “항공 안전을 위협하는 기내 난동 행위에 단호하고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며 이 같은 대책을 발표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자들에게 승무원이 기내 난동 상황에 대처하는 훈련 장면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을 떠오르게 했다. 대한항공이 진작 이렇게 관리했다면 이번처럼 일부 승객의 기내 난동으로 다른 승객들이 불편을 겪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만약 단순한 만취객이 아니라 테러리스트 등 ‘위험한 승객’이 기내에 탑승해 소동을 부렸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임씨의 기내 난동 동영상이 퍼졌을 때 비난을 받은 건 임씨의 삐뚤어진 행동만이 아니다. 기내 난동 승객을 신속히 제압하지 못한 대한항공을 질타하는 여론도 함께 들끓었다. 대한항공은 승객들을 잠재적 위험에 노출했다는 측면에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비판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도 대한항공은 이날 간담회에서 대응 미숙을 끝내 인정하지 않았다.

그나마 이번 일을 계기로 기내 난동에 대한 대응 체계를 되돌아볼 수 있게 된 점은 다행이다. 그동안 국내 항공사들은 기내 난동에 관대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더욱 철저히 관리하길 바란다.

정지은 산업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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